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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봉지에서 살아난 심장 이야기
2009-02-16 08:55 '돼지의 희망'에 심장이 울었다. '비닐봉지의 사랑'에 의사가 울었다. '말없는 실천'에 병원도 울었다.
심장 전문인 경기도 부천의 세종병원이 아름다운 감동으로 물결쳤다.
사연은 이랬다.
"제 아들과 3년 동안 모은 동전입니다. 작은 불씨지만 키워주세요."
지난 3일 오후 6시 무렵. 경기도 부천의 세종병원 경리팀을 찾은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머뭇거렸다. 다소 긴장한 모습.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쇼핑백에서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만졌다.
직원들의 시선이 쇼핑백에 쏠렸다. 그가 꺼낸 것은 초록색의 돼지 저금통. 그는 투명한 30여cm 크기의 돼지 저금통을 직원에게 내밀었다.
"적은 액수지만 받아주세요."
작은 돼지 저금통의 가슴은 더이상 동전이 들어가지 못할 만큼 부풀어 있었다.
그는 어린 생명들의 삶에 작지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100원, 500원짜리, 그리고 외국 동전과 지폐 몇 장 등으로 꽉 찬 저금통을 건네받은 경리팀장 이동훈씨는 순간 숨을 멈추어야 했다.
'희망 돼지'속에 수 천명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느낌 때문이었다.
중년의 남성은 2005년 12월 3일부터 아들과 함께 동전을 모았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지난 1월31일자 신문에서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무료로 수술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가슴이 뭉클해진 그는 아들에게 신문을 보여줬다.
눈가가 붉어진 아들은 "이 동전들로 아픈 아이들의 심장을 살릴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곧바로 아버지는 이 병원 경리팀을 찾았다. 경리팀장이 고마움을 표하며 사는 곳 등을 물었으나 한사코 손을 내저었다.
다음날인 지난 4일. 이 병원 원무팀 사회복지사 앞으로 한통의 작은 상자가 배달됐다.
꽤 묵직한 작은 상자를 열자 치킨집 비닐봉지에 동전과 지폐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액수는 1000원권 지폐 20여장과 10원, 100원, 500원 동전 등 모두 7만여원. 발신인은 박민지.
이 병원 내원객이 아니었다. 좋은 일에 써달라는 뜻만 담겼을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
훈훈한 미담 두 건을 경리팀은 전 직원에게 알렸다.
어린 생명들의 심장수술을 집도해온 이창하 과장은 "수술이 가능한 심장병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 받지 못한 외국 아이와 그 부모들이 낯선 한국 땅을 찾아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때 진한 보람을 느낀다.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심장병 외국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분이 많아 너무나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말 없는 발이 되어 번졌다. 이 병원의 간호사와 직원들은 십시일반 모금한 150만원을 심장병 후원회에 맡겼다.
병원 홍보팀에서는 월간 미담으로 이를 뽑아 전사에 공지하고 방송하였다.
지난 89년부터 해외 심장병 어린이 무료수술 지원사업을 시작한 세종병원은 20년째인 올해 1월 29일, 700번째로 해외 심장병 어린이를 수술했다.
1인당 평균 1500만원인 수술비 중 800만원과 비행기 및 체류비용 등은 한국심장재단, 여의도순복음교회, 선의복지재단 등 관련단체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수술비 700만원은 병원에서 부담한다.
< 이상주 의학 전문기자 sjlee@sportschosun.com> - 출처 : 스포츠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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