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교사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듯, 업무 능력과 팀장의 자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직장 생활의 8할을 차지할 팀장. 당신이 매일 잘근잘근 씹는 팀장은 태어날 때부터 팀장이 아니며, 당신 역시 자고 일어나면 팀장이 될수도 있다. 팀장이란 누구이며 팀장의 자격은 무엇인가. 직장인의 인생은 팀장부터가 진짜다.

팀장의 정체성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중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가 아니라 동료들과 팀장의 뒷담화를 하는 순간이다. 왜 저것밖에 못할까, 자기가 좀 하지…. 메신저는 늘 직원들이 팀장을 심판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욕하는 팀장도 과거에는 팀원이었고, 당신에게도 언젠가 팀장이 되는 순간이 온다. 내가 해도 그보단 잘하겠다고 늘 코웃음 쳤겠지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사람들을 훌륭하게 이끄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팀장이 되는데 자격증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팀장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현재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상 팀장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 “전임 팀장이 갑자기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팀을 맡으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매일 커피 마시며 수다 떨던 후배들이 순식간에 팀원이 되는 순간이었죠.
그런데 후배들이 갑자기 공손하게 대하고 말을 가려서 하는 거예요. 관리자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는걸 실감했어요.” P기업 김모 팀장은 처음 팀장이 되던 시간을 회상했다. 이렇게 우리는 조직이란 퍼즐판에서 퍼즐 조각을 맞추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를 봐주고, 돌아서면 또 생겨나는 회의에 참석하고, 실무에서 서서히 손을 떼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일로 옮겨간다. 결정권이 생기는 만큼 팀원들은 팀장에게 전문성, 열정, 유연성, 친절함 등 팀장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흉보기를 시작한다. 팀원일 때는 팀장이 하는 일없이 월급만 축내는 기름낀 돼지처럼 보이지만,팀장이 매일 감내하는 압박은 채무 고지서 이상이다. 팀장은 그래서 늘 뒷목이 뻐근하다. [싱글즈] 가 홈페이지에서 1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9%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될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31%는 팀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20%는 팀장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잘하면 당연한 것, 못하면 천하의 쓸모없는 존재가 팀장이다.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리더는 비판받게 마련이라고 했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당연한 원리 때문이다. 팀장이 되고 싶은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드는 이유일거다. 관리자가 아닌 나 홀로 전문가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역량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일, 그 일을 과거보다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것, 너무도 다른 사람들을 아울러서 하나의 목표를 이뤄내는 성취감을 한번쯤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홍명보가 선수로 뛰며 골을 넣었을때 느꼈을 쾌감과 감독으로 2012년 런던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동메달을 일궈냈을때 기쁨은 아예 다른 범주의 성과일테니 말이다. 당신이 잘났든 무능하든 팀의 운명은 팀장의 손에 달려 있다. 당신이 현재 팀장이든 아니든, 팀장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SURVEY [싱글즈] 독자 158명에게 물었다!
[싱글즈] 홈페이지(http://www.thesingle.co.kr)에서 2013년 3월 5~10일 실시해 158명이 응답.



이런 팀원 답답하다! 짜증난다! 다루기 힘들다!

“하나하나 다 지시해야 하는 직원. 백날 가르쳐도 늘 처음 듣는다는 듯 바라볼때면 이 직원은 영혼이 없나 싶다.” 이진희(35세·팀장)
“사실 아무 말도 안 하는 직원이 가장 힘들다. 표정으로 불만 있는거 다보이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박진주(37세·팀장)
“하고 싶은 업무만 하려고 이리저리 머리 돌돌 굴리는 직원. 팀원들 달래기에 너무 바쁘다.” 김은주(37세·팀장)
“할일이 많아 서로 도와가며 야근하던 시기에 갑자기 다음날 연차를 쓰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막내 사원. 이유가 H&M 콜래보레이션 출시일이라 새벽부터 줄을서야 한다고 했을때. 아, 신이시여….” 정선아(40세·팀장)
“늘 입에 거짓말을 달고 다니는 직원이 있었다. 대화하다 보면 무슨 초등학생 혼내는 선생이 된것 같아 스스로 자괴감에 빠졌다.” 조미지(38세·팀장)
이럴 때 우리 팀장 너무 싫다! 불쌍하다! 닮기 싫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팀장이 제일 싫다. 전략도 없고 사내 정치도 못하고 아는것도 없지만 일 열심히 한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그런 팀장.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다른 팀에서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끌어오고, 고스란히 팀원들에게 업무를 전가한다. 측은지심과 분노 사이를 널뛰게 하는 그분.” 김경희(31세·유통업체)
“자기 돈 아까워서 온갖 편법을 동원해 법인카드 사용하는 모습을 볼때.워크숍으로 기안 써내서 스키장 가고, 거래처 미팅이라며 3차까지 행복하게 즐기고,부서 비용으로 주말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위인이다.” 황순정(30세·교육회사)
“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주식이나 하면서 직원들에게 열정이 없다는 등 잔소리를 한다. 밖에서 영업해서 고객을 끌어와야할 팀장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사소한거 가지고 10번 넘게 결재를 되돌려 보낸다.” 최지나(26세·마케터)
“야근해야하는 상황인데 저녁값 아까워서 애매하게 일하게 하고 퇴근시키는 우리 팀장.“ 강민(29세·증권회사)
“아파서 약먹고 있는데 걱정해주기보다 일에 차질 있으면 안된다고 다그칠때, 참 인간이 싫다.” 최홍대(25세·은행원)
[ 원본 : 패션/뷰티 매거진 Singles ]